공화국의 위기 : 정치에서의 거짓말. 한나 아렌트. 김선욱 역. 한길사

공화국의 위기 : 정치에서의 거짓말.

0.

*베트남전(Vietnam War)
– 제1차(1945~1954) : 북베트남 vs. 프랑스
– 제2차(1960~1975) : 북베트남 vs. 미국

*펜타곤 문서(The Pentagon Papers)
– “베트남 정책에 대한 미국의 의사결정과정의 역사”
– 미 국방장관 로버트. S. 맥나마라의 지시로 1967년 6월에 착수. 1년 반 소요. 총 47권.
– 2차 세계대전부터 1968년 5월까지 인도차이나 지역에서의 미국 역할에 대해 기록
– 1971년 6월 The New York Times에 보도.

1. 

*펜타곤 문서가 제기한 근본 문제는 ‘기만’.

*사실적 진리(factual truth)에 대한 고의적 부정―거짓말하는 능력―과 사실을 변화시키는 소질―행위하는 능력―은 서로 결부되어 있다. 이 둘은 동일한 근원에 의존한다. 그것은 상상력(imagination)이다.

*존재하는 것을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즉―동의나 이견을 표현하기 위해 진술이나 명제에 대해서,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동의하거나 의견을 달리하는 것과 무관하게 우리의 지각과 인지기관에 주어진 그대로의 사태에 대해서도―”네”나 “아니오”를 말할 정신적 자유가 없이는 어떠한 행위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행위가 정치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이다.

*정상적 상황에서 거짓말쟁이는 현실 앞에 무너진다.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전체주의의 실험, 그리고 거짓능력에 대한 전체주의적 통치자의 섬뜩한 신뢰―예컨대 과거를 현 순간의 ‘정치노선’에 맞추기 위해 역사를 연거푸 고쳐 쓰는 능력 혹은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맞지 않은 원자료를 제거하는 능력에 대한 신뢰―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 가운데 하나이다.

*거짓말 기술의 여러 장르.
+ (광고판에서 일을 배운) ‘정부 홍보담당관’.
+ (이론과 법칙에 열중하며, 자기 확신으로 무장한) ‘문제해결사’.

2.

*여기서 핵심은 거짓말 정책이 적을 향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것이 바로 이 문서가 첩보법규에 저촉될 어떠한 군사기밀도 드러내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뿐만 아니라, 전부는 아니더라도 주로는 미국 국내용, 즉 국내 선전용으로 특히 의회를 기만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적은 모든 사실을 알지만 상원 국제협력위원회는 전혀 알지 못한 통킹만 사건이 바로 이 예에 해당한다.

*결정목표의 변경. 빈번하고 꾸준하게. 애초부터 수행되지 못할 것을 잘 알았던 결정목표.

*특권, 즉 ‘세계 최강국’이라는 이미지는 바로 그런 것을 얻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이며 의도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문제해결사들의 언어 자체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그 목표는 이제 이미지 자체가 되었는데, 이는 ‘시나리오’ ‘청중’과 함께 극장에서 빌려온 것이다.

*또한 모든 사실적 내용들이 계산될 수 있는 숫자와 퍼센트라는 언어로 옮길 수 있게 훈련받은 문제해결사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해결책’이 ‘구출될’ 필요가 있는 ‘친구’에게, 또 우리가 공격하기 이전에는 ‘적’이 될 의지나 능력을 갖지 않은 이들에게 초래했던 언급되지 않은 비참함을 모르는 채로 있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일 것이다. … 어떤 현실이나 상식도 문제해결사들의 정신에 개입할 수 없었다.

*
1) 청중들에게 전쟁수단을 가지고 연설한 것
2) 군사문제를 ‘정치적이고 홍보적인 관점'(여기서 ‘정치적’이란 말은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둔 관점을 말하며, ‘홍보’란 세계에 대한 미국의 이미지를 말한다)에서 결정을 내린 것
3) 참된 위험에 대해서가 아니라 ‘나쁜 결과가 가져다줄 충격을 최소화하는 기술’에 대해 생각한 것―’빈곤추방’, … ‘주의분산작전’

*이러한 객관성이라는 장점을 유지하면서 정보 취합 책임자들이 지불한 대가는 자신들의 보고서가 국가안전위원회의 결정과 제안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도 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3.

*사실들, 어떤 결정이 마침내 이루어질 때 의존하게 되는 전제, 이론, 가설들은 서로 전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것은 과도한 기밀취급의 심각한 위험성 가운데 하나를 드러내 보여준다. 국민들과 그들이 뽑은 대표들은 의견의 형성 및 결정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알기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사실들에 대해 모두 알 수 있는 최고 권한을 부여받은 행위자들도 거기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더없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정부의 미스터리가 행위자들의 정신 자체를 아주 흐리게 만들어 자신들이 행한 은폐와 거짓 뒤에 있는 진실을 더 이상 알거나 기억하지 못하게 하더라도, 딘 러스크의 말처럼 “오랫동안 계속되는 정보 보고회”를 아무리 잘 기획한다고 해도, 또 매디슨 가의속임수가 아무리 정교하다 하더라도 기만의 온전한 작동은 결국 좌초하거나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한 채 그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왜냐하면 거짓과 기만의 난점은 그 효과가 거짓말쟁이와 기만자가 숨기고자 하는 명백한 진리 관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사실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진리는 비록 공적으로 명백히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모든 거짓에 대해 확고한 우선성을 갖고 있다.

*미국 정책과 군사개입이 비참한 패배를 맞게 된 것은 사실상 수렁 때문이 아니라 25여 년이나 지속된 역사적, 정치적, 지정학적 모든 사실들에 대한 의지적이고 고의적인 무시 때문이다.

4.

*엘스버그. “그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던가?”

*내적인 자기기만. ‘자기기만의 정상적 과정이 거꾸로 뒤집힌 것’. 기만자들은 자기기만으로 시작했다.

*한편에는 관료주의, 다른 한편에는 사교생활. 정부의 내부 세계. “자기기만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스스로 기만당한 기만자는 자신의 청중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the real world)와의 모든 접점도 상실하지만, 이 현실 세계는 아직도 그를 따라잡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지만 자기 몸을 그렇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이런 일이 수년 동안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미국 정부가 추구한 목표가 거의 전적으로 심리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다시 말해 마음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사들은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그들은 계산을 했다.

*그토록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목표를 얻기 위해 과도하게 비싼 수단과 인간의 생명, 자원이라는 값진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가 이 나라에는 불행하게도 그러한 것이 넘쳐난다는 사실에서만 찾아져서는 안 되며, 그러한 거대한 국가도 제한적인 국가에 불과하다는 점(강대국도 힘의 제한을 가진 국가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무능성에서 찾아야 한다. ‘지상의 최강대국’이라고 늘 반복적으로 사용되던 상투어의 이면에는 전능성이라는 위험한 신화가 숨어있는 것이다.

*’권력의 오만’―전능성의 이미지만 추구하는 것―과 현실에 대해 전적으로 비합리적인 확신인 정신의 오만과의 이러한 치명적인 결합은 1964년에 시작된 의사결정과정의 상승을 이끈 동인이 되었다.

*그럴듯한 가설과 그 가설을 확인시켜줄 사실을 이처럼 구분하지 못한 것, 즉 가설들과 이론들을 마치 확증된 사실인 것처럼 다룬 것은 게임 이론가들과 시스템 분석가들이 사용한 방법적 엄밀성을 모두 결여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양자―즉 경험을 참고하지도 현실로부터 배우지도 못하는 무능성 또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는 태도―의 근원은 동일한 것이다.

*탈사실화와 문제해결

5.

<기만. 자기기만. 이미지 만들기. 이데올로기화. 탈사실화.> + <자기검토의 노력>

“협박당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들, 자신들의 자유가 잠식되는 것을 지켜보기보다는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는 사람들을 협박하고 헌법적 보장을 위협하려는 정부의 열의 없는 시도는 공화국을 파괴할 만큼 충분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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