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0. Meta & Post

어젯밤에 뭘 찾는다고 수업노트를 다시 꺼내 읽다가 2016년에 그때 그 수업을 굉장히 좋아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들어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자꾸만 옛 노트를 다시 꺼내보게 되는 수업이 몇 개 있다. 언론사상, 동아시아 역사분쟁과 한국사, 글로컬 시대의 아시아 여성. 전부 2016년 수업이다. 그 해가 나에겐 꽤 의미가 있었던가보다. 아, 그리고 아주 가끔 현대 세계정치의 이해. 그건 지금 보면 딱, 2011년의 현재적 이슈들이다. 근래에 리딩을 읽으면서 하는 또 다른 생각 하나는, 참 다들 좁다는 거다. 같은 이름들이 현저하게 반복된다. 이 바닥 사람들이 그들이 전부는 아닐텐데, 분야가 좁아지면 어쩔 수 없는 일인건가, (정말 그런가?) 싶다.

근래에 한 수업에선 메타이론 얘기를 계속 하고 있다. 이론에 대한 이론. 인식론과 존재론. 실증주의와 탈실증주의 어쩌고 하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그러면 나는 혼자서, 가야트리 스피박의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 로 돌아간다. 일반성-Generality, 보편성-Universality, 객관성-Objectivity으로 돌아간다. 조에Zeo와 비오스Bios로 돌아간다. 법실증주의로 돌아간다. 나오키 사카이의 지식 생산의 국제분업으로 돌아간다. Humanities와 Ethnography 혹은 Ethnic Studies로 돌아간다. 후마니타스와 안드로포스로 돌아간다. 레이 초우의 ‘선결 문제’로 돌아간다. 스티브 오언과 베이다오로 돌아간다. 찬드라 모한티의 경계 없는 페미니즘으로 돌아간다. 라캉의 욕망 그래프로 돌아간다. 기표와 기의, 대타자의 누빔점으로 돌아간다. 푸코의 계보학으로 돌아간다. 산드라 하딩의 입장론으로 돌아간다. 알랭 바디우의 사건적 주체로 돌아간다. 임마누엘 레비나스의 타자의 얼굴로 돌아간다. 캐서린 문의 기지촌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려는 찰나에 누가 뒷덜미를 훅! 잡아채는 느낌이다.

과제 하기 싫으니까 별 짓을 다 한다. 참고문헌 제출이 수요일이라는 얘길 듣고 더 우울해졌다. 오늘의 우울감은 아침 10시 반의 그것으로 충분했거늘.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