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18. Error

“Briefly unavailable for scheduled maintenance. Check back in a minute.”

 

플러그인 업데이트 눌러놓고 업데이트 돌아가는 거 신경도 안 쓰고 새 글 쓰기를 눌렀다가 잠시잠깐 대재앙을 만나고 왔다. 육성으로 쌍욕할 뻔 했다. 백업이 10월 10일자로 마지막이었는데, 그 사이에 왕창 올린 걸 생각하니 혈압이 올랐다. 복원을 하고 메일을 보고 다시 올려야 하나. 아니지 메일에 온 건 비밀글은 하나도 내용이 안 뜨는데. 시바 어떡하지. 근데 아예 페이지 자체가 먹통이면 복원하는 건 어떻게 하는 거지. 하고 망붕을 했다. 다행히 의외로 구글링 한 번으로 해결되는 거였다. 십년감수. 후하후하.

주눅이 들어있다고 했다. 남들만큼 못하는 게 무섭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만큼 내 스스로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게 너무 싫고 짜증나고 슬프고 자괴감 느끼고 무너지고 그런다고 했다. 남들이 하나둘 어딘가 정 붙일 둥지를 찾아가는 동안 나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했다. 아까는 걷고 뛰고 마라톤도 할 줄 아는데, 자전거는 못 타는데, 자전거 경주에서 달리고 있는 심정이라고 얘기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걷는 건 너무 쉬우니까. 차라리 수영 같은 거라고 하자. (사실은 물에 머리도 못 넣는 나지만) 하나둘씩 차근차근, 물에서 힘을 푸는 걸 배우고, 물에 뜨는 걸 배우고, 손짓과 발짓을 배우고, 앞으로 나갈 줄 알게 되고, 그리고 여하간 수영을 잘 해서, 그걸로 뭘 더 할 수도 있는 정도였던 거라고 치면. 나는 그렇게 재미있는 것들을 가까운 옆에 치워두고, 냅다 자전거를 타고 달려야 하는 상황 같은 거다. 그러니까 기초 같은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없다는, 남들보다 너무나도 늦었다는 초조함만 많아지고. 그런데도 결과물은 내놓아야 하니까. 수영 잘 했었고 거기에 재미도 느끼니까, 그걸 좀 녹여내고 싶은데(이 비유 상에서 그런 건 불가능하지만) 정작 당장 급한 자전거를 못 타고 있는 셈인 거지.

진료를 보고 독감 예방접종을 맞았다. 2만원을 주고. 3층 진료실에 갈 때마다 만 원 정도가 든다. 나는 7000원 어치 약 중에, 한 5800원 어치를 먹고 있는 것 같다. 자주 놓치고 자주 까먹는다. 이사를 하고 어쨌든 자는 시간은 늘었다. (비교적) 오래 자도 되는 때엔 잠 드는 게 힘들고, 오래 자면 안 될 때엔 10분이라도 더 자야겠다는 압박을 느끼면서 잠들긴 하지만. 그리고 아침에 늦잠을 자서 어딘가를 못 가고, 또 스스로에게 한심함을 느끼고. 이거 무슨 신사의 일주일이 반복되네 하는 그런 노래 같네. 스스로에게 규칙을 만들기로 했다. 침대에 책을 들이지 말 것. 누워 스탠드를 켜지 말 것. (사실 더 중요한 건 누워서 핸드폰을 켜지 않는 것일 터이나. 생각난 김에 그것도 기인 걸로 치자, 그러면.) 하루라도 아무 것도 안 할 수는 없다면, 일부러라도 죄책감을 버리고 잠깐을 비워내자. 그러면 잠깐을 비웠으니, 그 밖의 시간을 더 잘 쓰기로 하자. 제발 도움이 되어주길.

저녁엔 피자를 시켜 놓고 얘기가 길어졌다. 여기저기 귀동냥 소문들을 주워 들었다. 내 이야기도 하나쯤 더해주었다. 그건 사실 남이 들으면 엄청 웃기는 얘기니까, 지금은 나도 웃기기도 하고, 그러니까, 어쩌면 앞으로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소문이 될 지 모른다. 그러나 또 어쩌면, 그는 그렇게 기억하지 않고 있을지 모른다. 스스로 기억하기엔 쪽팔릴 일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다. 학교 이렇게들 다니면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워드프레스 어플에서 RSS 피드를 보고 있으면 (‘좋아요’ 같은 걸로 추정되는) 비어있는 별표가 있다. 몇몇 글에 거기 옆에 숫자가 붙어있길래, 누가 누른 건지 궁금해서 자연스럽게 별을 누르면, 내가 좋아요를 한 게 된다. 다시 누르면? 좋아요를 안 한 게 된다. 근데 내 블로그 화면 상에서는 좋아요 같은 버튼은 없다. (찾고 싶다 너의 정체!) 페북 좋아요 연동이라도 해버릴까보다. 아니다 그러면 온 페북 천지에 이 글들이 공유되려나. 그러면 그쪽도 재앙이니까 안 된다. 모순적인 나를 느낀다. 가끔은 무슨 SOS를 치는 심정으로 글을 올리는 공간에, 또 누군가가(아니, 정확히는 아무나는) 들어오지 않길 동시에 바란다. 게시물을 올리면서 비밀번호를 거는 것. 그게 심지어 아주 뻔하디 뻔한 공부임에도.

칸트의 글을 읽고 있다. 어딘가 마음의 짐처럼 사라지지 않는, 오랜 숙제 같은 글이다. 이번만큼은 꼭꼭 씹어먹을 수 있을까. 전시도 보고 싶고, 공연도 보고 싶다. 김동률도, 역박 신촌전시도, 아니면 뮤지컬도 좋겠고, 사진전이나 회화전이어도 좋겠다. 하여간 그게 뭐든간에 내 영혼과 (거름망 같은) 행복 바구니를 잠시라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 이렇게 쓰고 보니 다시 생각났다. 쉼표, 쉼표, 쉼표, 쉼표, 쉼표의 연속이 아니라 마침표를 찍으며 지내라고. 나는 더러운 문장을 싫어한다. 중언부언하고 주술이 맞지 않고 호흡이 길고 읽다보면 결국 처음을 잊게 되는 길다란 문장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내 인생은 그렇게 살고 있을까. 영원히 끝나지 않을 문장처럼 쉼표만 찍으며 살고 있을까.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