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으나 이제는 전연 감흥이 없다. 마지막 날에는 평소보다 조금 이른 퇴근 후에 집에 들어가 이불 속에 파묻혀 낮잠을 잤다. 실컷은 아니고 그냥 적당-히. 저녁 즈음에 톡이 왔는데, 조금 화가 났다. 왜지? 왜 이렇게까지? 저녁을 먹고 다시 자고, 늦게 깨서 결국 다시 답장을 했고, 천안으로 갔다. 이것이 당연하다 여기지 않았으면 싶었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좀 이해해줬으면 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나 대신 이 여사님이 화를 냈다. 김 목사님은 억울해하는 듯, 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왜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 하면서. 단호하게 말할 자신은 없었으나 불편함은 가시지 않았다. 몇년을 이러고 지냈으면 이제 좀 알 때도 되지 않았는가. 나는 이제 더 이상 가진 건 시간 뿐인 학생 나부랭이가 아니라는 점을.
한술 더 떠서 J마저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아, 계산기. 이미 몇달 전부터 생각은 하던 일이었지만, 그런 확인사살에 기분 좋을 이가 누가 있을까. 확언하기는 우스운 일이나, 그에게 설명했던 그 예시에서, 나는 좀 툴툴거리긴 했을지언정, 안 가고는 버티지 못하였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해도 할 일은 하는 법이지. 마음 좀 불편하다고 안 하지는 못할 성정임을 내가 잘 안다. 그게 항상 내 발목을 잡는 줄은 알지만. ‘제발 연말만은’ 하고 바랐던 내가 결국 그 기차에 올라탄 것만 봐도, 이게 내 한계다. 안 보면 그만, 안 생각하면 그만, 말이야 쉽지만 그게 안 되는 사람이라고 나는. 좌우간 새해 벽두부터 그러했다. 그리고 이번 주 내내 좀비처럼 근근이 지내었다.
어제 밤에는 카톡을 하다가 “아몰라/이런얘기/진전은 없고/슬픔만 남아”라길래 한층 더 열이 받았으나 말하진 못하였다. 그렇게 말하는 너도 나한테는 큰 걱정보따리 중의 하나인데. 내 앞가림도 못 하는 처지에 남 앞가림까지 걱정하고 있는 이 상황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확신도 없다. 막상 당사자는 그게 왜 걱정이냐는 태도건만, 그러니까 걱정하는 거라고. 이것도 아직까진 그냥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단편같은 일이지만. 과연. 인생이 늘 미저러블해. MISERABLE, 이 단어는 항상 좋다. 뭔가 아늑해. MISERABLE에서 아늑함을 찾는 나란 인간도 진짜 답이 없지만. 어쨌든 LES MISERABLE은 걸작 중의 걸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