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었다. 누군가처럼 입을 거 못 입고 먹을 거 못 먹은 바는 아니지만, 남들 놀 때 못 쉰 것도 아닐테고, 남들 잘 때 못 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이만하면 전력은 아니어도 개중에 한 98% 정도는 써가면서 달렸던 것이 아니었나, 그랬었다.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해 애정도 있었고 자부심도 있었기 때문에, 내 한계 안에 때려 넣을 수 있는 모든 열과 성을 다해서, 그렇게 해왔었다. 지금 와서 보니 무엇이 남았나. 대충 숫자 몇 가지 끼워 맞추고 사람 사는 사정 알지도 못하는 기계 새끼가 땅땅 두드린 국장 소득분위 하나에 이렇게 사람 기분이 더러워질 수가 있나. 사실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씨발 뭐 못 내면 못 다니고 돈 더 벌면 그만이지.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럴 수가 없다. 없다.
남은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