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좀 재미도 없고 교훈도 없는 지루한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직도 아이들을 만난다는 게 좋기도 하고, 또 단조롭기도 해서, 별 수 없이 빈말을 하게 되는 것도 같다.
한때 그의 이니셜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기쁜 소식이 있는 것 같아 몹시 좋았다. 이게 무슨 기분인지 설명하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 될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나는 대충 미워할 준비도, 귀여워 할 준비도 모두 되어있다고 느낀다. 몹시 혐오하게 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따지고보면 딱히 어쩔 도리도 없을 뿐더러, 하라는 쪽보다는 안 하겠다는 쪽이 이겨먹기 쉬운 판이라는 생각도 든다. 싫다는 놈 시키는 것보다 안 하고 싶은 걸 안 하는 게 훨~~~씬 쉬우니까 말이다. 아무튼 아직까지는 아픈 것 없이 대체로 즐거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