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31. 엄한 것을 두려워한다

라고 느낀다.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기분이다. 너무 오랜만의 방문이면서, 시간이 하나도 흐르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를 쓰고 싶었던 데에는 다른 이유가 없었다. 따지자면 아주 단순한 것인데…

독일에서 만들었다는 로렌즈(로렌쯔가 맞지 않나 싶지만 어쨌든 Lornez라고 쓴다는)의 크런칩(Crunchips)이라는 과자(중에서도 특히 salted flavor)에 꽂힌 지 오래(?) 됐다. 처음 사먹었던 건 집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팔던 시절인데, 1년 이상은 된 듯 하다. 그때도 흔히 팔던 건 아니었던 것 같고, 한두 번 사먹고는 마음에 들어서 계속 찾는데 그 후로 나오질 않길래 사장님께 여쭤보니 더 이상 납품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로 어디든 찾으면 있겠거니 해서 인터넷을 뒤져 박스로 주문한 게 검색 가능한 내역만 세 번이다.

작년 4월에는 100g짜리 12봉 박스를 3.3만원에 시켜다 먹었고, 이어서 8월에는 100g 짜리 12봉 같은 박스를 24,600원에 사다 먹었다. 둘 다 수입사인 스위트스페이스 주식회사가 롯데온에 올린 상품을 샀던 거였고, 그 두 번을 끝으로 수입사에서는 계속 품절만 봤던 기억이 있다. 수입사 공홈(?)에서 구매하지 않았던 건 아묻따 무조건 플랫폼이 더 쌌기 때문이다.

그치만 그 정도라도 있었던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해가 바뀌고 나서는 아예 솔티드 맛을 아무데서도 안 파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결국 올 4월에는 약간 포기(?)하는 심정으로 쿠팡을 통해 씨솔트 앤 페퍼 맛을 100g 6개에 무려 21840원이라는 (사실상 이전 salted 맛 구매가의 2배에 달할랑 말랑 하는) 거금을 주고 사먹었지만 만족도는 이전보다 낮았다. 아니 제발 그냥 솔티드 사고 싶다고요…?!!?!?!?!!??!?

오랜만에 생각나서 오늘 다시 찾아보니 솔티드 맛 수입이 재개된 것 같기는 하다. 다만 이제 수입사(스위트스페이스) 공홈 가격 기준 한 봉에 3,500원, 12봉이면 42,000원, 다른 채널을 다 뒤진다고 해도 배송비 포함하면 최저가가 4만원 언저리를 벗어나지 않는 현실에 다다른 것. 근데 내가 크런칩 솔티드를 아무리 애정한다쳐도 이 제품에 미쳐 환장하지 않는 이상 4만원 돈을 주고 이걸 사 먹으면 내가 호구가 되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단 말이지…? (참고로 지금은 수입사 공홈, 이마트, 뭔가 처음 들어보는 중간 도매상(?) 등에서 이걸 판매하고 있다)

어쨌든 정가는 3,500원인 것 같고, 코앞의 편의점에서야 3,500원을 줘도 ‘편리함’ 같은 걸 이유로 한두 개는 사먹었겠지만, 12개씩 박스로 사고 싶은 입장에서는 좀 터무니 없는 가격이기도 한 것이… 영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건 다 제끼고 그냥 사실 수입사한테서 적당한 가격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소비자 입장에서 수입사 공홈은 여타 대형 플랫폼(쿠팡, 이마트, 쓱 등) 대비 가격 외엔 아무 메리트가 있을 수 없으므로 가격마저 ‘정가’로 띄워 놓는다는 것은 사실상 공홈을 통해 상품을 팔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구구절절 썼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서 더 격하게 느끼고 있다. 나는 한번 익숙해진 브랜드, 익숙해진 상품들을 잘 떠나지 못한다. 해커스에 갖다 바친 돈은 벌써 몇 자리인지 셀 수 없고, 의류에서는 뮬라웨어(반팔, 긴팔, 반바지, 긴바지 모든 걸 다 해봤다)와 룸페커(여긴 누구에게도 추천할 수 있다. 자체제작 상품이라면 더욱 그러하고.)가 그렇고, 주방 및 생활용품에서 프라이스클럽(마리슈타이거, 프라우반, 모네프… 우리집 살림엔 여기 비중이 꽤나 크다)이 그러하고, 침구에서 누블(세트로만 네 번 구매했다)이 그러하며, 가는 헤어샵과 네일샵 모두가 바뀌지 않은지 근 8-9년이 다 되어 가고… 여하튼 따지자면 나 같은 손님은 가게 입장에선 효자이자 호구일 것이다. (그리고 사실 어느 업장이든 이 효자이자 호구인 사람들만 잘 만들고 잘 키워도 평타는 치리라 보고요… 아니 솔직히 평타가 웬 말이야, 상당히 상타라고 봅니다)

그냥 다 모르겠고 크런칩 솔티드 좀 적당한 가격으로 팔아줘라. 아무리 내가 크런칩 솔티드를 좋아해도 100g 한 봉에 3,500원은 선을 좀 넘는다. 내가 이걸 내 집 앞 1분 거리 편의점에서 사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나? 심지어 크런칩 솔티드 검색하면 뭐가 잘 나오지도 않는다. 이 플랫폼 저 플랫폼 다 뒤져가면서 쿠팡이고 네이버고 구글을 떠도는 이 나의 불쌍한 영혼에 보다 합리적인 자본주의의 혜택이 내리길…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