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9.

1. 시간이 너무 빨리 잘만 흘러가버린다. 3-4일 거를 쓰겠다고 제목만 쓰고 임시글에 내내 있다가 결국 지금에야 짬이 났다. 근 27시에 이러고 있는 걸 짬이 난 거라고 말해도 되나 싶긴 하지만… 언넝 쓰고 자야지.

2. 3목요일엔 꽃갈피에서 샌드위치 먹으면서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읽었다. 서두에 책의 내용은 어디어디를 빼면 대부분 새로 썼다고 써놨던데.. 레퍼런스 찾다보니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더라. 어쨌든 미주 잘 달았으니 문제 없다고(적다고..?) 해야할까. 저녁엔 두접시를 갔다. 둘이 가서 22만원 넘게 썼는데(지금 보니 좀 미친듯) 다찌 옆테이블 손님이 너무 대놓고 사장들 찐친톤이라 오히려 우리 쪽에서 느낀 서비스 퀄리티는 별로였다. (옆테이블 남자는 나중엔 조—온나 만취해서 앉은 자리에서 바닥에 침을 뱉더라.. 한번도 아니고 여러 번.. 그 와중에 부끄러움은 왜 같이 앉은 여친의 몫인가..) 맛이 떨어지는 가게는 아니었는데, 총평을 하자면 좀 갸우뚱하게 되는 느낌이랄까.. 예약을 하면 더 잘 챙겨준다고 써있고, 하루 전 예약도 했는데, 잘 챙겨주는 게 이건가? 싶었음. 돈지랄이 하고 싶어지거나 아예 가볍게 깔끔+단정한 안주에 잔술이나 두어 잔 하고 싶을 때 가야할 듯.

3. 4금요일은 아침 출퇴근(1) 뒤에 지하철로 출근(2)했고, 메밀온면을 먹고 수업에 들어갔다. 할 건 많고 시간은 없고 애는 정신을 놨고 얼레벌레 내가 제일 마지막에 신발 신고 나왔다. 커피빈에서 기다리고 있던 B랑 만났고, 톨리브에서 감자뇨끼랑 루꼴라피자 먹었다. 감자뇨끼 식으니까 맛이 너무 확 바뀌어버려서 다음엔 시도 안 할 것 같다. 설입 갔다가 버스 귀가했다.

4. 5토요일은 느긋하게 집에서 보냈다. 아침엔 FLC 강의 듣고, 집밥 점심 먹고, 낮잠 한숨 자고, 적당히 일어나서 뭐 좀 읽고 보고 하다가 씻고, 푸라닭 치킨+떡볶이 먹으면서 회의와 세미나 했다. 갈피가 잘 안 잡혔고, 조금 붕 뜬 느낌. 내가 산만해서였을 수도 있다.

5. 6일요일은 B와 아트모모에서 <수프와 이데올로기>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와 메모장에 이렇게 간단히 썼었다. // 애니메이션 왜? / 애니메이션에서 서술된 4.3 대한 설명도 애매한 부분이 있음 / 묻는 자들의 태도에 관해 / 듣는 딸의 태도에 관해 / 엄마의 이야기를 한다기보다, 엄마를 이해하고 싶었던 딸의 목소리 // 그리고 B와 같이 좀 더 이야기했던 것들은… 좋은 짝을 만났다 / 부모 생각이나 부모 걱정이라기보다는 자식 입장에서의 생각, 분노가 아닌가 하는 부분 / 좀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 묻지도 듣지도 않고 정해진 답을 달라고 조르는 듯한 느낌은 이미 들었지만 흘러가버린 대화를 되돌려 기록할 수 없는 데에서 오는 조급함 같은 것일까 // 이러나저러나 계속 생각하는 것이지만, 재일코리안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말해지고 전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거기엔 민족과 국가의 두껍고 묵직한 경계를 마구 헤집어놓는 서사들이 있다. 점심엔 오랜만에 어바웃샤브를 갔었고, 영화 보기 전엔 이화다방에서 잠깐 쉬었고, 저녁에는 회를 먹었다.

6. 7월요일에는 오후 짬사이에 쌤들과 같이 오새홍덮밥+동태찌개+김치찌개+제육볶음 먹었다. 개—매웠다. 안 빨간 음식이 하나도 없어서 모두들 먹는 일에 고투해야 했다. 출근(2)는 집에 들렀다가 지하철로, 수업 셋 뛰고 동네 해장국집에서 저녁 먹고 이동했다.

7. 8화요일엔 출근(1)길에 베이글+크림치즈+뱅쇼+콜드브루를 사갔다. 갔더니 또 빵이 있어서 그것까지 아주 열심히 먹었다. 퇴근하고 들어와 낮잠 잤다. 굉장히 이상한 꿈을 여럿 꾸었다. 꿈 속에서 차에 탄 채로 물에 빠져 죽었다. 꿈 속에서 나는 B에게 “죽었을 때 입고 싶은 옷이 없네”, “죽으면 레인보우천에 싸줘” 같은 말을 했다. 진심이다. 저녁엔 남았던 치킨에 남았던 콩나물국, 오뚜기밥과 밑반찬으로 끼니를 채웠다. 치킨을 데우다 끓고 있던 양념 소스가 손으로 튀어서 데였다. 아직도 뽈록 부풀어올라있다. 얼마 전에 급히 화상약 사둔 게 의외로 잘 쓰인다. 밤엔 월식도 잠깐잠깐 구경했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더 읽었다. 새벽엔 줌을 했다. 죽음 질문 리스트도 썼다.

8. 오늘은, (까지 쓰고 폰을 손에 쥔 채 잠들어버렸다. 지금은 10일 오전 11:56. 그러니까 어제는) 출근(2) 전에 전화를 걸어 수업 여부를 확인했고, 스벅에서 스프 먹고 수업 들어갔다. 스벅 신메뉴에 오트크림 스카치 콜드브루가 있길래 스카치향에 혹해서 시켰다. 먹을 때는 좋았는데 속에선 좀 안 받는 것 같기도… 수업 사이에는 간만에 기와집 비지찌개 먹었다. 수업 끝나고 카페 앉아서 책모. 결국 다 못읽고 들어갔는데 어쨌든 괜찮았다.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