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수다 떨려면…남자들이여, 다리는 모으고 귀는 열어 놓자

내 친구들 사이에는 17초 룰이 있다. 한 사람이 상대의 대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고작 17초밖에 되지 않는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에 착안하여, 공적인 자리에서 발언할 때 발언 시간이 17초를 넘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이다. 17초는 짧으면서도 길다. 가타부타 쓸데없는 지식 자랑을 할 수도, 중언부언 하소연과 신세타령을 할 수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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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프레딩(Manspreading, 남자와 벌리다의 합성어)이라는 표현이 있다. 공공장소에서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아 다른 이들의 공간을 빼앗고 주변에 불편을 끼치는 남성, 혹은 그러한 행위를 일컫는 신조어다. 쉽게 말해 ‘쩍벌남’에 대한 일침이다. 그리고 이 쩍벌은 비단 지하철 좌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박정훈 기자의 책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제목처럼, 서비스업을 하며 친절하게 웃었을 뿐인데, 결혼까지 생각하고 고백으로 공격하여 일터를 잃는 여성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외모에 대한 이야기부터 연애, 결혼 같은 개인사까지 깜빡이 없이 치고 들어와 불편함을 피력했더니 도리어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 하겠다고 할 때마다, 아재개그를 빙자한 음담패설로 분위기가 박살 낼 때마다, 사라지는 건 늘 여성이었다. 그렇게 공동체는 자주 폐허가 됐다. 나아가 우리는 보고야 말았다. 관심을 빙자한 스토킹으로 사람을 괴롭히다 못해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 무수히 많은 사건들을, 그러고 나서도 가해자에 이입해 2차 가해를 하는 무수히 많은 입을 또 보고야 말았다.

눈치 보고 소통하는 남성이 필요하다. 여기서 눈치를 본다는 건, 우리의 말과 행동, 사고와 태도가 비단 너와 나 단둘 사이에서만 발생하고 그치는 게 아닌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역사와 맥락 속에서 발생하고 읽힐 수밖에 없음을 감각하자는 이야기다. 말을 했다고 다 소통인가. 언제,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가 필요한지 그 시의적절함을 고민하며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는 신조어) 하며 상호교류해야 소통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애당초 잘 못하거나 안 하는 것이면 싹수의 문제겠거니 하는데, 남성들 사이에서는 형님, 아우 하며 기민하게 눈치를 살피니, 그것은 분명 능력보다는 늘 권력의 문제였다.

댓글을 답시다 두비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