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열다섯 번째 PT 했다. 열한 번째쯤을 넘어가면서부터 트쌤이 평소에 뭘 먹고 다니냐, 술은 많이 먹냐, 단백질 얼마나 드시냐, 운동 후엔 꼭 챙겨 드시라, 피티 없는 날 운동은 일주일에 며칠이나 나오시냐, 하는 잔소리들을 하기 시작했다. 10회차까지 한 텀 도는 동안 어지간해선 터치도 없다가 이제는 근육 쓰는 거 확인한다고 막 터치한다. 몹쓸 터치 그런 거 말고. 내일 나올 거냐고 물으셔서 아니요 내일은 하루종일 일이 있어서요…. 토요일에 나올 거예요…. 라고 했더니 그럼 제가 뭐할지 짜서 카톡으로 보내드릴게요 하시는데 왜 무섭죠 선생님? 아니 그리고 아까는 데드 20 시작해서 30 > 40 > 45까지 하고 50까지 올리시길래 너털웃음 좀 했더니 ‘본인 몸무게 정도는 드셔야 해요’ 말하면서 제 눈치 왜 봅니까 선생님? ‘네 뭐 조금 모지라긴 하지만 그렇죠 뭐 비슷은 하죠’ 말하면 무엇하나 바닥에서 뽑지도 못함잼. 아니 45를 다섯 번을 드는데 이게 한 번도 안 된다는 건 좀 이상한 건데? 하셔도 별 수 없어요 45도 힘들었거든요. 요즘은 왠지 몰라도 허벅지 허리보다 팔이 더 아파 뒤질 거 같더라구요 젠장.
(중요) 오늘의 교훈: 운동 전에 핸드크림을 바르면 안 된다.
엊그젠 노량진에서 특수부위모듬 떼와서 먹었다. 화요 두 병에 토닉 네 병 1:2로 아름답게 쓰까먹었고, 이틀 전에 사놨던 남은 캔맥 다 털어먹었고, 서더리에 콩나물 양파만 넣고 끓여먹었고, 팝콘 시간조절 잘못해서 다 태워먹었고, 깔끔하게 다음 날도 말아먹었다. 캬, 뿌듯! 간만에(?) B와 마셨는데, 왜인지 마셨다하면 자꾸 아침해가 뜬다. 넓고 다양한데 얕지도 않아 즐거웁다. 이런 다름이 가끔은 새삼스럽기도 하다. 술에 취해서 사진을 막 찍었다. 나중에 현상하면 사진에서 술냄새 날 것 같다. 필름 넣은 게 190615던데 1년 채우기 전에 필름 빼는 걸 목표로 해야겠다. 꽃은 벌써 많이 진 듯하다.
근 일주일 넘게 아무 것도 안 읽었다. 내내 블로그 이사하는 데 몰두해있었다. 나를 머뭇거리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그리고 과연 그런 게 있기는 한 걸까, 그렇게도 생각한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오늘, 김목인의 노래를 듣는다.
모두의 마음을 누른 슬픔이여
김목인. 「부력」
이제 그 무게로 떠오르기를
바람에 나부끼던 먹먹한 마음 앞에
어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를
모두의 마음을 누른 무거움이여
이제 그 무게로 떠오르기를
겨우내 흐느끼던 막막한 마음 앞에
어서 그 모습을 보여주기를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진실의 힘을 느낄 수 있게
모두의 마음을 누른 기다림이여
이제 그 무게로 떠오르기를
모두의 마음을 누른 두려움이여
이제 그 마음을 내어 주기를
빠르게 변해가는 침묵한 세상 앞에
어서 그 마음을 보여주기를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진실의 힘을 느낄 수 있게
모두의 마음을 누른 기다림이여
이제 그 무게로 떠오르기를
어제 총선이 있었다. 무어라 말로 하기 어려운 기분을 느낀다. 양당 구조 붕괴는 커녕 훨씬 더 견고해졌고, 그 거대여당이 누구의 표를 뜯어먹은 건지 생각하면 아찔하고, 정의당 까기도 많이 깠지만 여전히 가장 안타깝고, 소수 정당들 막막하고, 여성의당 0.7% 형용하기 어렵다. 황교안은 날라갔대도 여전히 홍준표가, 김석기가, 김도읍이, 정청래가, 여의도에 남는다. 방금 막 페북 피드에서는 혹자 왈 “누군가 더민주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열린우리당을 보게 하라.” 주옥 같은 명언이시다.
덧붙여, 21대 지역구 253석 중 여남 비율 29:224, 비례 47석 중 여남 비율 28:19. 도합 300석 중 57:243. 전체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 19% 되시겠다. 갈 길이 멀어도 너무 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