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씬 더 정제된 글이지만, 재미는 좀 덜하다. 날 것 그대로의 글이 주는 생동감을 비교하게 된다. 물론 글과 관계없이 그녀의 인생은 정말 놀라운 것들 투성이어서.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 ‘노라노’라는 이름은 길거리 7-80년대 감성의 올드한 여성복 매장 간판 정도로 여겨져왔다. 근데 실크 컬렉션….. 퀄리티 무엇? 나는 자라오며 왜 한번도 이런 그녀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삶의 모델로 제안받지 못했던 것일까. 아무리 현역 디자이너라한들 그녀가 그동안 일궈온 성과들은 ‘위인전’에 실리기에도 충분한 수준이 아닌가? 얼마 전에 잠깐 차세대의 여성 리더십들을 위한 롤모델로서의 여성들에 대한 얘기를 잠깐 나눴던 적이 있는데, 늘 그렇지만 그녀들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다만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다. 이들이 이제서야 새롭게 재조명되는 까닭 역시 우리 사회의 변화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것이다. 이 시리즈 자체도 그런 일환일 테고. 아이러니하게도 두 명 모두 젊은 시절 이혼을 겪었다. 그 아픔과 분노로 그녀들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냈지만, 한편으로 이는 그동안 가정을 꾸린 여성이 사회에 진출해서도 충분히, 왕성히 활동할 수 없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굉장히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나, 어린 시절 물심양면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온 것도 큰 몫을 했겠지. 2019년 지금에도 미국 유학이라면 걱정부터 앞서는데, 1947년에 비행기를 타고 미국 유학이라…. 시대가 낳은 인물들은 진실로 그 ‘시대’가 낳았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는 그 ‘시대’를 꿈꿀 수 있을까.
사진들이 하나같이 걸크러쉬다. 멋이라는 것이 폭☆팔. 노라노의 사진을 찾던 김에 박남옥 감독 사진도 같이 찾아 업데이트 한다. 욕나오게 멋있다. (치임)